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은 한때 볼링계 전설이었던 철종(유지태 분)의 밑바닥 인생을 그리는 데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철종은 낮엔 가짜 석유 판매원으로, 밤에는 도박 볼링판에서 선수로 뛰며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 그런 철종은 어느날 우연히 볼링 천재 영훈(이다윗 분)을 만나게 되고 영훈을 도박 볼링판의 파트너로 끌어들이게 된다. 브로커 희진(이정현 분)의 주도 하에 도박 볼링판을 휩쓸던 두 사람, 이들은 인생 역전 기회를 제안하는 유혹을 받게 된다.

'스플릿'은 국내 최초 볼링이라는 스포츠를 다룬다. 여기에 볼링 도박이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결합해 오락 영화로서의 재미를 더한다. 이전에는 시도되지 않은 소재에 도전한 만큼, 영화에서 보는 새로운 그림은 상당한 흥밋거리를 제공한다. 각 인물들의 투구와 이들의 스트라이크, 볼링핀들이 공에 맞아 세차게 흩어지는 장면은 속이 뻥 뚫릴 만큼 시원한 쾌감을 선사한다. 레인 너머의 기계실이나 볼링핀이 세워지는 과정, 이 같은 볼거리를 살리는 통쾌한 사운드는 영화를 보는 묘미가 된다. 

'스플릿' 오는 10 개봉한다. © News1star / 영화 '스플릿' 스틸


영화 서사의 줄기는 생각 보다 다양하다. 철종이 과거 국가대표 선수에서 밑바닥 인생을 살게 된 사연과 영훈의 가슴 아픈 가정사, 그리고 철종과 두꺼비(정성화 분)의 악연 등이 얽히고설킨 전개로 펼쳐진다. 여기에 철종과 영훈이 도박 볼링판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승부가 함께 그려진다. 이야깃거리가 다소 풍부하고 이 모든 것이 긴밀하게 얽혀 있는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스플릿'은 예상과 기대 보다 탄탄한 구성력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 변신을 한 배우들의 유쾌한 열연이 인상적이다. 처음으로 이런 밑바닥 인생을 연기해봤다던 유지태는 그간의 젠틀하고 다정한 이미지를 완벽하게 지우고 넉살 좋고 실없는 철종으로 분했다. 과거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 패배주의에 빠져 있던 철종이라는 인물은 유지태의 외모 변신으로 한층 더 실감나게 완성됐다. 특히 프로볼러 수준까지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4개월간 연습에 매진했다고 알려졌다. 

유지태와 이번 작품에서 색다른 케미스트리를 발휘한 이는 이다윗이다. 이다윗은 의도치 않게 철종과 코믹한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순수한 매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력을 다져온 배우이지만 자폐 연기가 쉽지 않은 만큼 이다윗에게도 영훈 캐릭터는 도전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자칫 자폐 연기가 과장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오랜 기간 공들인 캐릭터 연구는 스크린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영화는 오락 영화로서 재미를 추구하지만 따뜻한 시선도 잊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도박 볼링판을 제패한 철종과 영훈 콤비는 모두 장애가 있는 인물. 철종은 사고로 한쪽 다리에 부상을 입었고, 영훈은 자폐 성향을 지녔다. 도박판에서조차 모두의 편견 어린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던 이들이지만, 두 사람이 반전의 승리를 이뤄낼 때 만큼은 통쾌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다소 아쉬운 점은 두꺼비 캐릭터다. 반복적으로 철종의 심기를 건드리는 대사들이 나중에는 작위적이고 피로하다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두꺼비의 극한 악행 역시 영화의 톤앤매너와도 동떨어진 듯한 느낌을 준다. 도박판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과거 철종과 함께 국가대표 출신이기까지 했던 그의 악행이 설득되기 어렵다는 인상을 받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는 10일 개봉.

 

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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