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의 시그널에 관객들이 응답하기 시작했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는 지난 21일 전국 499개 스크린에서 7만3870명 관객을 동원하며 누적관객수 22만9595명을 기록, 박스오피스 5위를 기록했다. 특히 이날 예매율 10.4%(오후 2시46분 기준)로 '검사외전', '좋아해줘' 등 쟁쟁한 한국 영화들을 제치고 동 시기 개봉 한국 영화 중 예매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동주'의 선전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스크린 수와 좌석점유율이다. 영화 '데드풀', '좋아해줘', '주토피아' 등 평균 800여개 이상의 상영관 수를 자랑하는 동시기 타 개봉작에 비해 400여 개라는 현저히 낮은 상영관 수에도 불구하고 주간 및 주말 좌석 점유율 89.4%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 영화의 위력을 입증해냈다. 비록 적은 스크린 수는 적었지만 관객들의 호평과 이에 따른 입소문이 이끌어낸 결과다.
영화 '동주'가 지난 21일 누적관객수 22만9595명을 기록했다. © News1star / 영화 '동주' 스틸 |
특히 '동주'의 이 같은 선전에는 상업성을 철저하게 배제한 이준익 감독의 담백한 진심이 관객들에게 전달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동주'가 상대적으로 적은 순제작비 5억 원으로 만들어지기 위해 흑백이라는 무채색으로 완성된 작품이라 했지만, 교과서에 실린 윤동주의 흑백 사진의 느낌을 훼손하지 않고 무채색 그대로 스크린에 옮긴 것이 외려 인간 윤동주 그 자체에 더욱 집중하도록 만들었다는 평가다.
시인 윤동주와 그의 동갑내기 고종사촌이자 독립운동가인 송몽규의 삶 역시 관객들에게 생경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위인에 대한 이준익 감독의 특별한 접근법 덕분이기도 하다. 윤동주는 10대에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연희전문 졸업식에서 우등상장을 받고, 교토제국대학에 입학한 송몽규를 보며 열등감을 느끼는가 하면, 현실보다 거창한 이념과 신념에 대해 이야기하는 송몽규와 자신을 끊임 없이 비교하기도 한다.
이준익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그 시대에 순응하면서 살 수도 있는데 굳이 거스르면서 부딪히는 인간들이 영웅이 되고 위인이 되는 것"이라며 "윤동주의 성장 과정을 보면 그는 위인이기 이전에 그저 소심한, 한 개인이었다. 시라는 결과물로 거대한 성과를 올린 것만이 아니라 불안과 공포, 두려움을 애써 숨기지 않고 한 인간으로 버텨내면서 부끄러움을 고백할 줄 아는 사람이 진짜 위인"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내러티브 위에 입혀지는 윤동주의 시 역시 윤동주의 내적 고민이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점을 일치시킨다. 윤동주의 시가 왜 자아성찰의 성향이 강했는지 왜 끊임 없이 이상과 현실,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인지하고 다시 결의를 다짐하는 순간을 반복했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던 대목이기도 했다. 물론 시가 연표대로 배치된 것은 아니지만, 영화가 허용할 수 있는 한계 내에서 극화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준익 감독은 '동주'를 두고 '연출'이 아니라 '증명'이라고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 자칫 감상주의에만 매몰돼 영화의 존재 이유가 퇴색될까 우려하기도 했다. '동주'는 감독의 연출 의도가 중요한 것이 아닌, 윤동주와 송몽규 두 위인을 통해 증명된 것이 무엇인지 직시해야 하는 데 의미가 있는 영화라는 이야기다. 일본 군국주의의 부도덕성과 부조리, 모순을 직시하고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 '동주'가 지난 21일 누적관객수 22만9595명을 기록했다. © News1star / 영화 '동주' 스틸 |
그는 "우린 늘 그동안 식민지 시대 피해자의 억울함만 강조해왔다. 그건 반쪽 짜리 애정"이라며 "가해자의 모순과 가해자의 부도덕성에 대해 우린 잘 연구하지 않았다. 프랑스, 헝가리, 체코 등 유럽은 나치의 피해를 수년동안 받았고 그 전쟁이 끝나고 나서 나치의 파시즘을 철저하게 파헤쳐서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그런데 우린 일본의 군국주의 아래 30년을 있으면서 억울함만 계속 하소연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준익 감독은 "일본의 군국주의를 철저하게 해부하고 파헤칠 필요가 있었다. 엔딩에서 일본 순사에게 윤동주가 반론하고 송몽규가 그 모순에 대해 말하지 않나. 문명국과 비문명국을 나눈 일본의 모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희생에 대해서"라며 "현상에 대한 변별력이 호도되거나 은폐된 상태에서 우린 여전히 피해자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앞으로 정확한 자료와 연구, 그리고 증명이 필요하다"고 소신을 전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영화의 규모가 작고 상영관 수도 적은데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이처럼 뜨거운 것은 온전히 콘텐츠로 이뤄낸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준익 감독이라는, 거장의 명성이 작품 선전에 적지 않게 작용했겠지만 P&A(홍보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저력에 영화계 안팎이 주목하고 있다. 이미 손익분기점 절반 이상을 달성한 만큼, 향후 관객 동원 추이에 대한 관심이 모아진다.
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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