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행-눈길을 걷다'(이하 '설행')는 치유의 이야기다. 관객보다 먼저 시나리오를 접한 배우 박소담이 치유를 받았고, 극 속에서 알코올 중독자 김태훈(정우 역)을 치유한다. 관객 또한 간접적이지만 신비로운 경험을 통해 마음이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25일 오후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설행'은 삶과 죽음, 사유에 관한 이야기를 차분하면서도 강력한 논조로 그려왔던 김희정 감독의 작품이다.
눈 오늘 추운 겨울,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산 중의 요양원을 찾은 정우(김태훈 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큰 의지 없이 어머니의 당부로 이곳을 찾은 정우는 지독한 금단 증상과 술에 대한 갈망으로 몸부림친다. 그는 이길 생각도 없었던 자신과의 싸움에 직면한다.
'설행-눈길을 걷다'(이하 '설행')는 치유의 이야기다. © News1star/ '설행' 스틸
이곳에 있는 수녀 마리아(박소담 분)는 맑고 귀엽다. 사슴 같은 눈망울로 빤히 바라보면 죄 많은 사람을 절로 부끄러워지게 만드는 신비로운 매력을 지녔다. 정우가 도착하기 전 그의 꿈을 꿨다는 마리아는 따뜻한 마음으로 정우의 괴로움을 이해해준다.
정우가 머무는 요양원 테레사의 집은 겨울에는 사람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날 낯선 남자가 찾아온다. 과거 알코올 중독자였고, 아내를 잃고나서 뒤늦게 후회하는 이 남자의 직업은 포수다. 그는 첫 만남부터 정우를 강하게 도발한다. 결국 이 남자로 인해 정우와 마리아에게 비극적인 일이 벌어진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다. 정우의 어머니, 원장 수녀, 정우와 포수까지 모두 깊은 연결고리가 있다.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후반부로 갈수록 흥미도가 상승된다.
김희정 감독의 장점은 아픈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진심을 다해 들여다본다는 점이다. 영화의 시선 하나 하나에서 감독의 진심어린 눈길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억지로 만들어낸 따스함이나 불필요한 장치들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다. 덕분에 그의 영화는 담백하고 여운이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무척 좋았다. "일상성을 중요시한다"는 감독의 설명대로 등장하는 모든 배우들이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캐릭터에 애정을 갖고 몰두한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검은 사제들' 이전에 이 영화를 찍은 박소담은 지금보다 훨씬 풋풋하고 꾸밈 없는 연기를 보여준다. 조근조근 읊조리는 듯한 말투도 수녀 마리아와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김태훈 역시 현실과 꿈 속을 오가며 괴로워하는 정우의 내면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내며 연기력을 입증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김희정 감독의 영화가 이번 만큼은 한국에서도 통하길 기대해본다. 잔잔하다가도 갑자기 휘몰아치는 연출 기법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오는 3월 3일 개봉.
뉴스1스타 유수경 기자
news1star
연예전문 뉴스통신 '뉴스1스타' 입니다.